일상/시골이야기
-
아궁이삼겹살일상/시골이야기 2020. 5. 29. 20:00
오늘 아침 일찍 아침 겸 점심인 콩국수를 먹고 시골로 향했다. 오늘도 엄청난 햇살에 쿨티 입고 모자를 쓰고 해도 시골의 5월 말은 뜨겁다. 도착해서 가방 풀고 40여분간 풀 뽑기를 했다. 꽤 많이 뽑아서 마당이 깨끗해졌다. 풀을 뽑고나니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시각은 2:30을 향해가고 있었다. 아궁이 불피우기에 돌입했다. 내가 아침에 콩국수를 잘 먹고 온 거 같다. 꽤 든든해서 그나마 풀을 40여 분간 뽑을 수 있었다. 오늘 내 시골에서의 메뉴는 삼겹살이다. 여긴 아무도 살지 않고 집만 남아서 가스 다 끊겼다. 아궁이 밖에 없다. 그래서 친해질 수밖에 없다. 마늘은 이웃집 어르신 말려놓은 거 조금 받고 김치와 고기는 집에서 가져왔다. 이제 불 피운 경력이 있어서 그런지 꽤 빨리 불이 붙었다. 아궁이 불 ..
-
초록의 싱그러움일상/시골이야기 2020. 5. 26. 21:40
이번 주 시골에 가니 논에 물들이 다 들어와 있다. 모내기 철이 드디어 돌아왔다. 모들이 이렇게 물에 담겨 있는 걸 보니 옛 생각이 절로 난다. 모내기하면 도와주는 사람이 꼭 있어야 한다. 평화로운 마을이 조금은 소란스러워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작은 모들이 모두 쌀이 된다는 게 신기하다. 걷다 보니 빠르게 모내기 작업을 끝낸논도 있다. 나란히 줄 지어 있는 걸 보니 5월 초록의 싱그러움이 이렇게 다가온다. 저 끝까지 참 예쁘게 초록으로 채워졌다. 마을을 걸으며 콧노래도 흥얼거리다 보니 텃밭에 벌써 다 도착했다. 내 부추는 이만큼 자랐다. 조금 더 키가 큰 거 같지만 지난번 돌을 다 치웠는데 또 바람이 불어 돌이 있다. 위에까지 내가 고르게 땅을 파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그래도 이쁘게 싹틔어주고 키도..
-
아궁이와 나일상/시골이야기 2020. 5. 22. 21:26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는 모두 돌아가시고 집터만 남아있는 곳에 이렇게 아궁이가 덩그렇게 있다.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아궁이 요리. 오늘은 가장 쉬운 불 피우기와 구운 감자를 만들어 보려 한다. 나무를 #모양으로 쌓은 다음 가운데 마른풀이나 종이를 넣어주며 바람으로 불씨를 살려야 한다. 이거 붙이는데 정말 30분을 허비한 거 같다. 불붙이는게 너무 힘들었고 연기도 힘들었다. 다음엔 미니 선풍기 꼭 들고 올 것이다. 책받침으로 팔 근육통이 생길 만큼 힘들었다. 열심히 한 결과, 작은 불씨 하나가 피어났다. 장작이 활활 타기 시작할 때 나는 감자 세알을 넣었다. 요즘 감자를 빨리 소비하기 위해 선택하기도 했지만 가장 간편하게 먹을 수 있고 간편하게 할 수도 있어 좋은 식재료였다. 활활 타는 아궁이를 보니 ..
-
5월 소만과 시골일상/시골이야기 2020. 5. 20. 21:02
오후 늦지 않은 시각에 간 시골은 파란 하늘과 5월의 계절 장미가 활짝 피어있었다. 돌담에 넘어온 장미가 나를 잘 왔다고 반겨주는 거 같아 들어가는 어귀부터 기분이 좋다. 오늘 내가 시골에 온 이유는 밭을 보러 오기 위해서이다. 일단 상추밭으로 먼저 갔다. 상추는 비가 한번 오고 나서 더 부드러워지고 더 많이 자랐다. 오늘 큰 잎들을 조금 가져갈 것이다. 청상추도 수확할 수 있어 좋다. 부추 심은곳을 가니 그때 분명 고른 흙으로 흙을 한번 팠는데도 바람과 비에 자잘한 돌이 다시 들어와 있다. 그래도 벌써 싹이 났다. 부추가 이렇게 빨리 싹을 보여주다니. 소만이긴 소만인가 보다. 그리고 이웃집 아저씨의 완두콩은 이렇게나 알이 영글었다. 아저씨게 물어보고 두 개만 가져간다고 말하니 두 개 가져가라 하신다 알..
-
수확하는날일상/시골이야기 2020. 5. 13. 21:15
오늘은 친가에 다녀왔다. 산소 가서 왔다고 인사드리고 잠시 숨을 고르며 마을을 보니 초록풀들이 더욱 무성하게 피어올랐다. 여름이 곧 올것만같은 더위와 초록 풀들이다. 오늘도 평화로운 마을에 마음이 편안해 진다. 오늘은 수확의 날이다. 저기에 보이는가? 저 핑크색 우렁이 알이 아닌 그 밑에 우렁이! 오늘은 다시 한번 우렁이를 잡으러 왔다. 우렁이를 3월 중순에 잡고 이제 조금 컸겠지 하고 개울가를 보니 꽤 큰 놈들이 있다. 그때는 확실히 조금 작았는데 큰 거 같다. 해감해서 한 끼 먹을 만큼은 잡은 거 같다. 3월에 우렁이 잡을 땐 아무것도 없이 잡다가 발이 빠져 신발이 다 더러워졌는데 오늘은 장화까지 꼼꼼히 챙겨갔다. 그래도 빠졌지만, 우렁이 잡기는 재미있었다. 큰 놈들을 보니 작은 건 눈에 들어오지도 ..
-
집이 약재상 - 외할머니댁일상/시골이야기 2020. 5. 12. 21:17
외할머니댁에 다시 왔다. 강아지들은 모두 분양이 되었는지 없어서 마음이 조금 허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집 평상이 거의 약재상이다. 이게 도대체 다 무엇인가? 이해할 수 없는 풀들과 나무다. 외할머니와 외삼촌께 물어보니 푸릇한 것은 엉겅퀴이고 나무처럼 생긴 것은 내가 아는 유일한 칡이다. 엉겅퀴는 쑥처럼 생겼는데 자세히 보니 가시가 나있다. 두번째는 말려서 잘 몰랐는데 보니 민들레인 거 같다. 민들레를 왜 말리냐고 하니 허허 웃으시며 물 끓여먹을 때 같이 넣어서 먹으면 몸에 좋다고 한다. 세상에, 그 들판에 있던 민들레가 이렇게 이용될 때가 있었다니. 늘 민들레 홀씨 불기만 바쁜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햇빛 좋은 곳에 있으니 잘 마르는 민들레를 보니 시골의 평화가 따로 없다. 신발장에까지 햇살이 들어..
-
텃밭 새식구일상/시골이야기 2020. 5. 7. 21:17
오랜만에 친가 시골에 왔다. 외할머니댁에 두 번이나 갔다가 그동안 가지 못해서 내일이 어버이날이고 산소도 모두 들렀다가 오늘은 내 새 식구를 텃밭에 심으러 갔다. 바로 부추이다. 물론 모종이 아니라 씨앗으로 심을 것이다. 준비물은 이게 전부다. 모두 다이소에서 샀다. *참고로 상추도 씨앗과 꽃삽으로 심었다. 땅을 고르게 파고 씨를 이렇게 뿌려준 다음 흙을 너무 많이 덮지 말고 부드러운 흙을 조금만 덮어주고 물만 부어주면 끝이다. 부추 씨앗이 나는 이렇게 생긴 것도 처음 봤다. 상추씨앗보다는 크다. 상추씨앗은 진짜 너무 작아서 '네가 정말 상추가 되는 게 맞니?' 라고 묻고 싶었을 정도였다. 내 상추는 안 본 사이에 이렇게나 컸다. '식물은 관심을 안 주면 이렇게 잘 자라는가' 문득 의문이 들었다. 내가 ..
-
5월의 비 - 외할머니댁일상/시골이야기 2020. 5. 3. 20:59
외할머니댁에 오늘 다 같이 모였다. 어버이날을 기념하여 하나밖에 없는 우리 외할머니 좋아하는 음식, 화장품, 옷 가득 싸서 모두 모였다. 하필 비가 와서 날이 안 좋았지만 그래도 담장 너머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린다. 이 밭은 외할머니댁 바로 옆에 있는 밭이다. 벌써 모종을 심어서 텃밭이 푸릇푸릇하다. 할머니 댁에서 조금 걸어 나와 안쪽으로 걸어가 본다. 비가 와서 안개가 자욱하지만 그래도 평화로운 이 시골길은 변함없다. 오히려 비가 와서인지 촉촉한 땅 덕분에 기분 좋은 발걸음이 된다. 그리고 산과 풀은 여전히 햇빛이 없어도 안갯속에서도 푸르름을 잃지 않고 빛을 낸다. 개울가에 노란 꽃들이 피어 있어 앉아서 보니 물방울이 참 예쁘게도 맺혀 있다. 손대면 굴러갈 거 같은 구슬 같은 물방울에 비가 와도 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