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시골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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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이 보이는 담벼락일상/시골이야기 2020. 3. 25. 20:54
목요일부터 비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채비를 하고 시골을 나섰다. 사실 시골을 다녀오고 나서부터 자꾸만 더 시골에 애착이 가게 되고 더 오래 있고 싶어 진다. 바로 그 이유는 이 낮은 담벼락이 주는 편안함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 담벼락이 끝나면 지금은 폐교가 되어버린 초등학교가 나온다. 옛날 그 모습 그대로 초등학교의 담벼락도 세월을 비켜갈 수 없는지 이곳저곳 녹이 슬어있지만 그래도 이 낮은 학교 담벼락 마저 나를 늘 이곳으로 오게끔 만든다. 시골의 마을로 들어가면 이 편안함은 한층 더 높아진다. 낮은 담벼락이 주는 안정감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고 있는 녹슨 대문, 그리고 닫히지 않은 문으로 인해 시골의 인심을 넉넉히 느낄 수 있다. 녹슨 대문 집을 지나면 이렇게 펜스로 담벼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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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골 - 자연 마트일상/시골이야기 2020. 3. 20. 21:12
며칠 전 처음 본 제일 어린 강아지가 눈앞에 아른거려 오늘 마음먹고 시골을 내려갔다. 마을 어귀 가기 전 어린 강아지가 잘 있는지 궁금하여 제일 먼저 확인하니 이 녀석 사람 오는 발소리를 듣고 신나서 꼬리도 흔들고 표정도 좋아졌다. 며칠 전처럼 그렇게 바들바들 떨지 않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오늘은 환하게 웃는 건지 하품하는 건지 모를 사진을 찍었지만 너무 움직여서 사진 찍기 가장 난이도가 높았다. 그래도 건강하니 내 마음이 다 편하다. 어린 강아지의 건강함을 보고 기분 좋게 마을로 내려갔다. 저 멀리 보이는 마을. 늘 평화롭다 시끄러운 차 소리도 없고, 경쟁도 없고, 그저 자연의 섭리대로 움직이는 곳이다. 마을에 도착하면 가장 많이 보이는 논과산, 그리고 밭 물이 조금씩 고여 있는 논을 보다 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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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강아지 기행일상/시골이야기 2020. 3. 17. 21:09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오후 오랜만에 시골에 내려갔다. 차에 내리자마자 맞이해주는 목련과 푸른 하늘을 보며 기분 좋게 시골길을 걸었다. 오늘 시골에 온 이유는 시골 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이다. 5층짜리 연립주택의 안쪽으로 가면 늘 낑낑대는 강아지가 하나 있다. 이름도 주인도 아직 모른다. 내가 처음 시골 갔을 때 낑낑거리는 소리를 듣고 제일 먼저 본 강아지였고 가장 어리다. 정을 주고 싶지 않아 이름을 내 맘대로 짓지 않았다. 2주 전에 갔을 땐 강아지의 쇠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고 얼굴에 까진 자국도 없었는데 오늘 보니 쇠줄 쪽은 칭칭 감아 강아지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너무나도 한정되어있고 어디 누군가에게 위협을 당했는지 코는 까지고 손을 가까이 가져갔더니 바들바들 떤다. 누가 이런 작은 생물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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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기행일상/시골이야기 2020. 3. 13. 20:52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아파트 단지다. 큰 대형마트가 있고 사방이 다 트여 있고 이질감 있는 아파트의 모습을 가리려고 작은 산책로도 있는 곳이다. 점심을 먹고 문득 아파트에서 바라본 동네가 정 없이 느껴져 급하게 마스크를 쓰고 코트를 착용 후 집을 나섰다. 바로 나의 20년 전 동네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의 집에서 걸어서 20분. 다리 하나를 건너고 신호등 몇 개를 건너면 내동네가 아직도 있다. 나는 골목이 참 좋다. 어릴 때부터 내가 살던 곳은 골목골목에 위치한 집이었고 앞집 옆집 할 것 없이 모두가 친구이고 아는 아주머니가 엄마가 없을 때는 엄마의 대역까지 해주었던 시절이 있었다. 여기가 나의 20년 전 집이다. 이 골목은 나에게 원 없이 뛰어놀 수 있게 만들어준 운동장이나 다름없었고 옆동네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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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산행일상/시골이야기 2020. 3. 8. 20:41
삼월의 둘째 주 일요일이 왔다. 이번 3월달은 일요일이 5번이나 있다. 토요일이 비가오며 가고 싶었던 시골도 못 가고 마음은 점점 일상에 지쳐갔다. 일요일 오늘 아침은 꽤 햇살이 강하게 들어오는 아침이 시작됐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시골을 가야지 했건만 엄마가 같이 산에 가자고 하신다. 채비를 하고 집과 가장 가까운 팔용산에 오르기로 했다. 산은 나와 인연이 없다. 그냥 산이라는 개념이 내게는 힘든 오르막길 이라는 인식이 많았기 때문이다. 엄마 혼자 산행을 보내려니 기분이 좋지 않아 같이 가기로 한 것이다. 오늘은 시골가는날인데 말이다. 도란도란 이야길 하며 가는 길에 만난 꽃이다. 물기를 머금고 예쁜 꽃이 더 청초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한참을 올라가다 잠시 쉬자했다. 우리는 둘레길로 가는데 나는 왜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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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바람일상/시골이야기 2020. 3. 4. 20:58
오늘 햇살은 좋아 시골에 잠시 다녀왔다. 햇살과는 다르게 차에서 내리니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봄을 질투하듯이 말이다. 이 길은 어쩜 이렇게 가도 가도 좋을까 정겨운 풀냄새 흙냄새 어디선가 나무를 태우는 냄새. 기억 속 저편의 냄새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할머니 할아버지 산소에 도착하여 인사드리고 냉이를 캐간다고 말씀도 드렸다. 오늘은 며칠 전에 왔을 때보다 냉이가 많이 자랐다. 그리고 냉이꽃을 운 좋게 볼 수 있었다. 로제트과의 잎 식물은 뿌리가 굉장히 단단하다. 오늘도 냉이와 한판승부를 하며 몇 끼 먹을 정도의 냉이만을 캐고 이곳저곳을 천천히 걸었다. 오르막길에 노란색의 나무가 한그루가 있어 얼른가 보았다. 정말 봄을 담은 나무였다. 한그루만 있는 나무는 추워 보이고 삭막해 보였지만 꽃송이는 활짝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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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봄일상/시골이야기 2020. 3. 2. 20:08
다시는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곳에 나는 다시 왔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다 돌아가시고 이제 집터만 남은 곳 이곳은 몇 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다. 변하는 것이라곤 계절과 농작물뿐이다. 논길이 쭉 펼쳐져 있는 곳을 걷다 보면 어릴 적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걸 알게 된다. 내 유년시절을 함께한 소중한 장소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 보면 논 옆에서 좋은 향기가 나 옆을 보게 된다. '이 향기의 주인의 너였구나' 흙냄새와 풀냄새 그리고 꽃냄새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는 향이 마을을 감싸고 있다. 하얀 꽃나무를 지나면 또다시 분홍꽃나무가 시작된다. 시골은 춥지만 돌아오는 계절이 약속이라도 한 듯, 봄이 오는 소리는 어느 곳보다 빠르게 느낄 수 있다. 톡 하고 터진 벚꽃송이 자연에서 밖에 낼 수 없는 색감에 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