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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골강아지 기행
    일상/시골이야기 2020. 3. 17. 21:09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오후 오랜만에 시골에 내려갔다.
    차에 내리자마자 맞이해주는 목련과 푸른 하늘을 보며 기분 좋게 시골길을 걸었다.
    오늘 시골에 온 이유는 시골 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이다.

     

     

     

     

     

    5층짜리 연립주택의 안쪽으로 가면 늘 낑낑대는 강아지가 하나 있다.
    이름도 주인도 아직 모른다.
    내가 처음 시골 갔을 때 낑낑거리는 소리를 듣고 제일 먼저 본 강아지였고 가장 어리다.
    정을 주고 싶지 않아 이름을 내 맘대로 짓지 않았다.
    2주 전에 갔을 땐 강아지의 쇠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고 얼굴에 까진 자국도 없었는데
    오늘 보니 쇠줄 쪽은 칭칭 감아 강아지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너무나도 한정되어있고
    어디 누군가에게 위협을 당했는지 코는 까지고 손을 가까이 가져갔더니 바들바들 떤다.
    누가 이런 작은 생물에게 나쁜 짓을 한 것일까?

    평화로운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비극이다.

     

     

     

     

    두 번째 만난 이 강아지는 이름이 백구다.
    어르신의 허락 맡고 대문 밖에서 찍었다. 백구는 외로움이 많은지 두 눈에 눈물자국이

    진하게 나있었다.
    백구도 여느 시골 개처럼 묶여 있었고 주인 어르신의 연세를 보니 '산책은 아예
    하지도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 만난 강아지는 노인회관과 가까운 집의 강아지인데 이 녀석 꽤 똘똘하고
    용맹하다. 다행히 주인집 할머님이 계셔 허락을 맡고 강아지도 만지게 해 주셨다.
    할머님 말씀을 들어보니 원래 방 안에서 키우는 개인데 밖에서 키운다고,
    바둑이라는 이름까지 친절이 가르쳐 주셔서 바둑이와 오랜만에 이리저리 뛰어놀았다.
    바둑이는 할아버지가 아주 가끔 산책을 시켜주신다 한다. 목줄도 길게 되어있고
    좋은 잔디밭에서 생활하는 시골개 중에  조금은 중산층 급에 속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네 번째 만난 강아지는 내가 있는 텃밭에서 내려오면 있는 집의 강아지고 이름은 똘이라 한다.

    똘이는 사실 풀어져 있는데 이 녀석 교육을 잘 받았는지 짓기만 짓고 달려들진 않는다.

    낯 선내가 오면 가까이 오지는 않고 내가 텃밭 위로 올라갈 때까지 늘 짓는다.

    자그마한 덩치에 귀여움이 있지만 짓는 모습은 앙칼지고 용맹하다.

     

     

     

     

     

    다섯 번째 만난 강아지는 마을 안쪽에 위치해 있는 집의 강아지다.
    주인께 허락을 맡았지만 주인아주머니께서 전화를 받고 계셔서 이름을 물어보지 못했다.
    전형적인 시골 개의 모습이고 똘이와 마찬가지로 엄청나게 짓는다.
    주인아주머니가 계실 땐 꼬리까지 살랑살랑 흔들더니 집을 아주 잘 지키는 강아지다.
    아주머니가 계실 때 얼른 찍어 다행히 흔들리진 않았다.
    이 강아지도 산책은 해본 적은 없는 것 같지만 집 주위에 공이 있는 걸 보면 공을
    가지고도 노는 것 같다.

     

     

    이렇게 오늘은 시골 강아지에 대해 알아봤는데 생각보다 강아지의 삶이 평화로운 마을에
    비해 조금은 절망적인 면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주인만 보면 그저 좋아서 웃고 꼬리를 흔드는 모습에 웃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를 마음마저 들었다.
    '언젠간 너희도 꼭 환하게 웃는 날이 오기를 기도할게'라는 기약을 남기며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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