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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목기행
    일상/시골이야기 2020. 3. 13. 20:52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아파트 단지다.
    큰 대형마트가 있고 사방이 다 트여 있고 이질감 있는 아파트의 모습을
    가리려고 작은 산책로도 있는 곳이다.
    점심을 먹고 문득 아파트에서 바라본 동네가 정 없이 느껴져

    급하게 마스크를 쓰고 코트를 착용 후 집을 나섰다.
    바로 나의 20년 전 동네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의 집에서 걸어서 20분. 다리 하나를 건너고 신호등 몇 개를 건너면
    내동네가 아직도 있다.
    나는 골목이 참 좋다. 어릴 때부터 내가 살던 곳은 골목골목에 위치한
    집이었고 앞집 옆집 할 것 없이 모두가 친구이고 아는 아주머니가
    엄마가 없을 때는 엄마의 대역까지 해주었던 시절이 있었다.

     

    여기가 나의 20년 전 집이다. 이 골목은 나에게 원 없이 뛰어놀 수 있게
    만들어준 운동장이나 다름없었고 옆동네 친구와 앞집 언니와
    고무줄놀이,  피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할 수 있게
    늘 나를 포근히 안아준 골목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골목을 보고 친구가 살았던 골목으로도 가본다.
    다행이다. 친구 집의 골목도 아직도 이렇게 남아있다.
    사실 오늘 여기온 이유는 골목을 보러 온 이유도 있었지만
    시장 가는 길이 보고 싶어 온 것이었는데 동네가 재개발이 들어간 후
    고층아파트가 생긴 뒤 시장 가는 길부터 늘 가던 늙은 노부부가 하던 슈퍼까지
    고운길로 닦여져 내 추억은 그야말로 다 찢겨 나가고 없었다.

     

     

     

     

    시장 가는 길을 반대쪽으로 가니 아직 개발이 되지 않은 깊은 골목이 나온다.
    골목은 참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해 주고 나에게 많은 추억을 주었다.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그렇게 골목을 걸었다

     

     

     

     

    그러다 보니 정겨운 손 문구도 발견하고 길고양이도 발견했다.
    다시 20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기도 했다.
    사람 인기척이 들려 돌아보니 조금은 의아하고 이상하게 쳐다본다.
    옛날에는 이 골목들을 지나가는 게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엄마가 오기 전 골목에서 놀면 밥 냄새 반찬 냄새 정겹게 그렇게 맡으며
    '우리 엄마 아빠는 언제 오지?' 하고 기다리며 골목 어귀에서 그렇게 기다리기도
    했는데 말이다.

     

     

     

     

    집으로 가는 시간이 되어 발길을 돌린다.
    다리 하나만 건넜을 뿐인데 추억의 페이지는 이미 지나고 사라졌다.
    돌아오며 많은 생각이 나고 씁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찍은 사진을 한참을 서서 바라보기도 했다.
    그래도 더 늦기 전에 잘 갔다 왔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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