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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추지옥
    일상/하루일기 2020. 3. 27. 20:58

    이웃 어르신은 시골에 내려가면 늘 한 보따리 챙겨서 집에 가는 모습을 배웅해주신다.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비록 돌아가셨지만 밭의 터는 그대로 있기에 무언가 하나를
    내손으로 농사라고 부르기엔 부끄럽고 채소 하나 키워보고 싶었다.
    그런 내가 이웃 어르신 눈에는 애송이 같아 보였는지 늘 웃어주신다.
    이번 주 수요일 시골에 내려갔을 때는 내가 할머니 밭 한편에 심어놓은
    상추 팻말을 보셨는지 집에갈때 상추를 이렇게나 주셨다.
    밭에서 뿌리까지 바로 뽑아서 싱싱한 상태의 상추를 말이다.
    그래서 지금 상추를 고르고있다.
    먹을 수 있는 잎, 먹을 수 없는 잎 하나하나 고르며 뿌리는 칼로 잘라 버리고 싱싱한 것만 골랐다.
    30분 넘게 하다 보니 은근히 허리가 아프며 엄청난 상추의 양에 이 아이를 어떻게 해서 모두
    다 먹지라는 고민이 생겼다.
    고민은 사실 오래가지 않는다. 내가 먹는 양은 한정되어 있으니.
    가족에게 조금 나눠주고 나머지 내가 먹을 것을 챙기고 또 남는 건 앞집에
    나눠주었다.
    곱게 자란 상추 버리지 않고 다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다행이다.

     

     

     

     

     

    여기는 내가 우리 할머니 밭 한편에 다이소 적상추 청상추 씨를 심어놓은
    나의 비밀기지이다.  팻말도 내가 열심히 만들었다.
    농사 초보라서 그런지 아직 올라올 생각을 안 해 수요일에 이웃 어르신께 물어보니
    아직 상추 날 시기는 멀었으며 거기에 이미 보리 콩을 심어놓아서 보리 콩이
    상추씨를 삼켰을 수도 있다고 하셨다.
    *할머니 댁 밭 일부를 사용하시며 밭 관리도 함께 해주신다.
    밭을 계속 사용하지 않으면 비옥해지지 않아 밭이 죽어버려 식물 나기가 어렵다고 하여
    부모님이 부탁하셨다 한다.
    내 상추는 아마 보리 콩 싹의 영양분이 되었겠지. 다음에 어르신께 물어보고
    아무것도 심어놓지 않은 곳에 다시 채소를 심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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