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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게 와준 하늘일상/하루일기 2020. 3. 16. 20:54
나는 아침이 빠른 사람이다.
예민한 편이기도 하고 내가 정한 룰을 깨고 싶지 않은 이유로 인한 강박증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살다 보니 내가 나 자신에게 피곤한 사람이 되기도 하며
타인에게도 피곤한 사람이 되는 경우도 있다.
월요일 병원 예약이 있어 서둘러 나가는 오늘 아침의 풍경은 그저 그랬다.
그냥 솔직히 말해서 내 마음에 썩 들지 않았다.
늘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코로나로 인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을 피하려
애쓰는 모습, 누가 누군지 모를 확진자 속에서 다들 의심하며 움직이는 모습들을 보니
지금 걷는 이 거리가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병원을 다녀와서 조용히 음식을 만들고 해야 할 일을 하니 벌써 네시가 훌쩍 넘었다.
펼쳐놓은 공부들과 일을 정리하고 잠시 밖에 사람이 없는 곳을 산책하러 나갔다.
섭섭했던 마음들, 내 욕심들, 투정들, 생각하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그 마음이
참 부질없는 마음이라는 걸 내심 알게 되었다.
하나하나 다 내 마음에 들 수는 없는 건데 그런데도 하늘은 모든 걸 다 감싸주더라.
아무런 군소리 없이, 아무 이유 없이, 그저 내가 바라만 봐도 늘 그 자리 그대로다.
내심 코끝이 찡해졌다. 아무것도 아닌 집으로 돌아가는 이 하늘 하나 덕에 말이다.3년전 혼자 기내식을 쓸쓸히 먹으며 바라본 하늘 집으로 돌아와 이 기분 그대로 글을 적다 보니 전에 기내에서 찍은 마음에 드는 하늘사진도 생각났다.
벌써 3년도 더 넘은 이사진은 내가 기내식을 먹으며 찍은 사진인데 혼자 여행에
외롭지 않게 수평선과 마주 볼 수 있도록 하늘은 이때도 나에게 빛을 비춰준 적이 있었다.
눈물이 나면 하늘을 올려다보게 된다.아마도 그 이유는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속절없는 세상에 찌들어 있어도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는듯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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