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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인데 불구하고 오늘은 정말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었고, 아침 명상도
유난히 힘들었다.
이러다 말겠지 했는데 점심도 꼼수를 부려 냉동만두로 정말 최소한의 재료로
한 끼 만들어 먹었다. 가끔 밥해먹기 싫은 날, 이런 날이 있다.
이런 날에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하는 날이다.
오늘 내가 할 일은 깨소금 만드는 일이다.
깨 전용 절구에 볶은 깨를 넣고 깨를 빻으면 깨소금이 된다.몇 분 안 지난 거 같은데 팔이 아파온다.
고소하다. 나 자신.
고소하다. 깨소금.
맛있는 음식을 위해선 미리미리 해둬야 한다. 그리고 오늘같이 게으름을 피우는 날엔
일을 찾아서 해놓아야 다음에 허둥지둥 안 한다.
반 정도 된 거 같다. 주위가 고소한 냄새로 가득하다.
처음에 깨소금 만들 땐 엄마한테 혼나고 만든 기억도 있다.
볶지 않은 깨를 꺼내어 절구에 빻으려고 했을 때 어찌나 혼내시던지. 아직도 기억난다.
하지만 그 혼남으로 인해 이제 깨도 구분하게 되었다.
볶은 깨는 깨가 통통하고, 볶지 않은 깨는 통통하지 않다.다한 줄 알았지만 아직 깨는 이만큼이나 남았다.
깨소금은 많이 만들면 냄새 날아간다는 나의 얼토당토않는 자기주장으로 인해
고소한 하루는 30분 만에 막을 내렸다.
그래도 안 쓰는 팔 근육을 써서 그런지 아프다. 오늘 운동할 땐 깨소금 빻던 팔이
아프지 않게 팔도 돌리며 걸었더니, 다들 이상하게 쳐다본다.
고소한 하루다. 나에게도 집안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