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초보아가씨
-
6월 마지막날일상/시골이야기 2020. 6. 30. 20:02
6월의 마지막 날 시골 가는 날이 돌아왔다. 아침에 날씨가 안좋아서 오늘 갈 수 있을까 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해가 나기 시작한다.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 들어오는 걸 봐서 오늘은 좋은 날이 될 것만 같았다. 도착하여 걸어 내려가니 오늘 하늘이 예술이다. 초록으로 물든 논과 파란 하늘 그리고 구름이 합쳐져 6월 말을 장식해준다. 오늘 시골을 온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과일을 수확하기 위해서다. 지난주 갔을 때 초록빛이 돌던 자두는 며칠이 지나니 이렇게 맛있게 익었다. 마침 수박도 다 먹었고 며칠 먹을 만큼의 자두를 수확해서 가야겠다. 초록빛이 거의 없고 붉은빛이 조금 보이는 자두는 시큼하면서도 껍질 부분에 단맛이 난다. 하지만 자두는 잘 봐야 한다. 어디에 벌레집이 있는지 모른다. 밭에 있는 나무는 ..
-
공짜는 좋아일상/시골이야기 2020. 6. 26. 20:00
10일 만에 온 시골, 여전히 평화로운 마을은 변한 것이 없다. 피부염 때문에 올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가보니 역시 마음가짐이 틀려진다. 모내기한 논은 벌써 벼들이 이만큼이나 자랐다. 우렁이 알들도 예쁘게 모에 붙어있다. 오늘은 수확을 해야 하는 날이다. 집에 있는 야채를 거의 다 먹었다. 나의 자연 마트 밭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밭이 아닌 논둑 언덕에 호박잎이 크게 피었다. 만져보니 약간 질긴 거 같아 호박잎은 따지 않고 작은 호박이 한두 개 열려있길래 하나를 수확했다. 그리고 요리하면서 꼭 필요한 파도 수확했다. 파는 무조건 큰 게 좋은걸 아니라는 걸 저번에 알게 되었다. 파가 억세면 질기고 맛이 없다. 부드럽게 나있는 걸 만져보고 뽑아야 한다. 흰 부분이 작아도 파는 억세지 않은 게 좋은 거 ..
-
오늘의 한량일상/시골이야기 2020. 6. 9. 20:30
시골 들어가는 초입길부터 기분이 좋다. 반겨주는 담벼락 장미 한 송이에 기분이 이렇게 좋아진다. 오래되고 시골의 세월을 그대로 담고 있는 담벼락과 빨간 장미는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그렇게 시골에 있는 집까지 한량처럼 모든 시골 기운을 느끼며 걸었다. 지나가다 논도 자세히 보니 올챙이가 있다. 쨍쨍한 햇살 맞으며 유유히 헤엄치는 올챙이 참 오랜만에 본다. 어릴 때 이 작은 올챙이로 웃고 울기도 많이 했는데 추억의 올챙이 덕분에 기억 한조각도 되살아 난다. 밭에 도착하니 감나무에 무언가가 있다. 아니나 다를까 감이 열리기 시작한다. 가을까지 익은 감을 기다리는 마음에 또다시 설레기 시작한다. 6월은 가을의 수확을 맞이하는 설렘의 달이다. 텃밭을 둘러보고 3층 밭으로 올라가니 평상 하나를 이웃 어르신이 예쁘..
-
6월의 앵두일상/시골이야기 2020. 6. 2. 20:55
오늘 서울은 흐리고 비가 온다 한다. 하지만 내가 사는 경남은 해가 떴다. 오늘은 그림 같은 시골 하늘이다. 마을 어귀부터 우리 할머니 댁까지 걸어서 10분. 이 구름만 보고 가도 마음마저 편안해진다. 오늘 텃밭부터 먼저 점검하니 부추에게 물을 안 주면 안 되겠다. 요즘 날이 가물어서 큰일이다. 오늘 아니면 내일 왔으면 좋겠다. 부추에게 물을 주고 오늘의 할당량 풀을 뽑는다. 이 단순한 작업이 사실 꽤 힘들다. 약 40분 정도 뽑으니 정수리 타서 없어질 거 같다. 날이 따뜻한 만큼 앵두도 목이 마를텐데, 이나무는 내게 또 한해의 열매를 맺어준다. 다음 주면 수확이 가능할 거 같은 생각이 든다. 비는 와야 하는데 앵두가 떨어질 건 걱정이 된다. 아니나 다를까 발밑을 보니 열매가 많이 떨어져 있다. 빨갛게 ..
-
초록의 싱그러움일상/시골이야기 2020. 5. 26. 21:40
이번 주 시골에 가니 논에 물들이 다 들어와 있다. 모내기 철이 드디어 돌아왔다. 모들이 이렇게 물에 담겨 있는 걸 보니 옛 생각이 절로 난다. 모내기하면 도와주는 사람이 꼭 있어야 한다. 평화로운 마을이 조금은 소란스러워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작은 모들이 모두 쌀이 된다는 게 신기하다. 걷다 보니 빠르게 모내기 작업을 끝낸논도 있다. 나란히 줄 지어 있는 걸 보니 5월 초록의 싱그러움이 이렇게 다가온다. 저 끝까지 참 예쁘게 초록으로 채워졌다. 마을을 걸으며 콧노래도 흥얼거리다 보니 텃밭에 벌써 다 도착했다. 내 부추는 이만큼 자랐다. 조금 더 키가 큰 거 같지만 지난번 돌을 다 치웠는데 또 바람이 불어 돌이 있다. 위에까지 내가 고르게 땅을 파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그래도 이쁘게 싹틔어주고 키도..
-
아궁이와 나일상/시골이야기 2020. 5. 22. 21:26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는 모두 돌아가시고 집터만 남아있는 곳에 이렇게 아궁이가 덩그렇게 있다.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아궁이 요리. 오늘은 가장 쉬운 불 피우기와 구운 감자를 만들어 보려 한다. 나무를 #모양으로 쌓은 다음 가운데 마른풀이나 종이를 넣어주며 바람으로 불씨를 살려야 한다. 이거 붙이는데 정말 30분을 허비한 거 같다. 불붙이는게 너무 힘들었고 연기도 힘들었다. 다음엔 미니 선풍기 꼭 들고 올 것이다. 책받침으로 팔 근육통이 생길 만큼 힘들었다. 열심히 한 결과, 작은 불씨 하나가 피어났다. 장작이 활활 타기 시작할 때 나는 감자 세알을 넣었다. 요즘 감자를 빨리 소비하기 위해 선택하기도 했지만 가장 간편하게 먹을 수 있고 간편하게 할 수도 있어 좋은 식재료였다. 활활 타는 아궁이를 보니 ..